왜 사랑하고 헤어질까?

Q) 남편은 화날 때 막말을 해요. 마음에 안들면 집을 나가기도 하구요. 계속 살아야 할까요?

박평식삼성산부인과원장 2018. 8. 7. 18:21

Q) 남편은 화날 때 막말을 해요. 마음에 안들면 집을 나가기도 하구요. 계속 살아야 할까요?


지금 결혼한 지는 딱 11년 됐어요. 아이는 초등학생 한 명 있구요.

저녁마다 싸우니 제가 돌아 버리겠어요. 그런데 남편도 똑같은 말을 해요.

자기도 미쳐버리겠다고..

집에 오면 남편은 거의 손하나 까닥 안하는 사람예요. 물론 처음에는 자상한 남편이었죠.

언제부턴가 그러더니 지금은 말조차 잘 안섞어요. 저도 그렇구요. 우리는 싸울 때만 말을 하는 것 같아요ㅠㅠ

그래도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아이 애기도 하고 집안일 등등 말하면 귀찮은 가 봐요. 반응이 매일 똑같아요.

싫은 그 표정.. 그러면 제가 한소릴 하죠. 그러다가 싸우고. 거의 매일 반복되는 생활에 진저리가 납니다.


이젠 잠자리는 커녕 각자 방 따로 쓰는데요. 애 때문에 아직까지 참고 있는데 조언 좀 해 주세요.

    


A)

 

안녕하세요? 산부인과 전문의 및 성칼럼니스트 박평식입니다.

 

아래의 글을 참고해 보세요.

 

위기의 부부들, 해결책은?

상대를 이기려고만 하는 싸움의 끝은 어떨 것 같은가? 자신만이 옳다고 한다면 평화로운 해결책은 없다. 부부가 싸울 때도 마찬가지다. 둘 다 다치지 않고 손잡고 나오는 그런 결말을 원한다면 상대도 내려놔야 한다지만 자신도 미움을 거둬야 한다. 바람직한 부부 관계는 머리로 계산하지 않고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모든 걸 다 이해하고 넘어가라는 게 아니다. 배우자가 아무리 못마땅하고 큰 잘못을 했어도 상대를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은 나중에도 충분하다. 모든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그때 필요한 것은 상대의 입장에 서 보는 거다.

 

‘이 사람이다’ 싶어 평생토록 함께하자고 결혼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연애 때처럼 상대방에 대한 열정은 시간과 함께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항상 원만하고 좋은 관계만을 유지하는 부부들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서로를 향한 기선 제압 시도는 배우자의 반발심만 키운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그럼 위기의 부부들에게 해결책은 과연 없는가? 답은 부부 관계 안에 있다.

 

첫째, 힘들수록 소통하자.

솔직한 글은 신뢰가 간다. 글이란 말보단 한 번 더 생각하여 옮기니 덜 거칠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배우자의 큰 소리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보다는 활자로 된 글을 스스로 보고 읽으니 배우자의 마음을 이해하기도 쉽다.

 

둘째, 배우자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자.

서로는 저마다 ‘어머니 식 사랑’이나 ‘아버지 표 배려’를 찾는다는 게 오랜 ‘관성의 법칙’ 때문이라지만, 그 습성은 (새롭게 시작할) 당신들의 사랑을 마모시킨다. 당신 앞의 배우자는 베풀기만 했던 부모도 아닐뿐더러 당신의 욕심은 배우자를 구속시키는 짓이기에 그러한 타성은 분명 잘못이다. 가정 내 역할 분담은 배우자에 기대려는 욕구를 낮추게 한다.

 

셋째, 열등감에서 벗어나자.

실제로 많은 부부들이 자신의 열등감을 배우자가 치료해 주길 원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열등감은 일종의 콤플렉스인데 대부분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 단지 피해의식으로 잠재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열등감을 꼭 극복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대신 다른 장점이 있을 것이고 그 장점을 살리는 것이 더 효율적일 때가 많다.

 

넷째, 자신만의 취미를 갖자.

배우자에 대한 집착을 줄이고 본인의 열등감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도 취미생활 하나 정도는 있는 게 좋다. 나에게 맞는 것이 분명 있다. 즐기다 보면 시나브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그 취미에 배우자가 관심을 보이면 같이 해 보는 것도 괜찮다.

 

다섯째, 다투더라도 한 가지로만.

대부분의 부부싸움은 말다툼에서 시작되고 말다툼 때문에 더 커진다. 괜히 시댁이나 친정을 끌어들여 감정의 골만 깊어진다. 배우자조차 그저 나의 삶의 일부일 뿐이고 해야 할 일은 많다.

 

여섯째, 듣는 연습을 하자.

배우자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중간에 끊는다면 그에게 다시 이야기하기가 머뭇거려질 것이다. 배우자의 말 속에서 잘못만을 끄집어 공격하는 건 최악이다. 싸울 때에도 상대 말을 경청하는 게 상대의 화를 가장 빠르게 가라앉히는 방법이다.

 


유독 내 남편을, 하필 내 아내를 선택했기에 내가 불행한 게 아니다. 다른 남성, 다른 여성을 택했어도 (가정형편은 달라졌을지언정) 부부 관계는 크게 다르지 않다. 부부 사이 불협화음은 그 누가 됐든 이질적인 본능의 차이로 꿈틀거리고, 행복의 보증이 되어야 할 결혼이란 제도는 역설적으로 서로를 마음껏 미워할 수 있는 완벽한 틀을 제공한다. 남자들이 사회에서 원하는 욕구가 비슷하듯이 여자들도 결혼 후에 바라는 가정 모습이 비슷하다. 자신의 아내만 특별나고 자신의 남편만 유별난 것이 아니다.

 

‘배우자에 대한 미움의 단계’

1. 결혼은 상상이 아닌 현실이란 걸 깨닫는다.

2. 내가 더 희생하는 것 같아 억울해지기 시작한다.

3. 다른 부부와 비교하면서 다투는 일이 잦다.

4. 불행의 원인을 배우자에게서 찾고 결혼을 후회한다.

5. 줄곧 배우자를 비난하고 헤어짐만을 생각한다.

    


<참고>

 

헤어지려는 부부에게 : 

  

남편이 아내의 집안일을 덜어주고 애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져도 ‘아내가 남편에게 의존하려는 본능은 한정돼 있지 않기에’ 다른 곳에서, 또는 다른 방식으로 아내의 요구는 계속된다는 게 현실이다. 만약 당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잔소리가 여전하다면 당신은 그동안 가족을 위했던 노력의 방향을 바꿔야 할 지 모른다. 당신은 달라졌다고 하지만 이제 가사(家事)만을 조금 도와줬을 뿐이고 아내를 대하는 당신의 방임은 여전하며, 아내는 여전히 외롭다는 걸 뜻할 수도 있다. 

   

아내가 남편의 일을 이해해 주고 도와줘도 ‘휴식을 원하는 남편의 본능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부 사이 갈등은 잠재한다. 아직도 식사 후에 바로 등을 돌리는 남편이라면 여전히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남편의 반항일 수 있다. 당신이 남편을 위해 한다고는 했어도 한편으로는 남편을 통제했던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집안일을 도와줬는데도 또 잔소리냐?"

"내가 많이 봐주고 있는데도 또 어딜 나가?"

'도와줘도 똑같다?' 그렇다면 앞으론 노력하지 않고 중단해야 할까? 아니다. 가정의 행복을 포기할 게 아니라면 여전히 서로를 인정하고 도와주는 게 정답이다. 단 조그만 생색으로 큰 걸 바라는 욕심만은 접어둬야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그나마 당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배우자는 더 화내고 당신은 더 괴로웠을 거다. 

  

부부 서로가 잘해 보려는 의식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이나 배우자의 서로 다른 본능은 그대로이기에 가정의 영원한 평화는 실체가 아닌 염원(heart's desire)으로만 남은 지 오래다. 아직도 많은 부부들은 서로의 욕구를 인정하지 않고 가정은 사뭇 전쟁터이기도 하다. 이들도 서로는 평화를 바라고 있으나 배우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자신의 본능 때문에 완전한 화합을 뜻하는 종전은 아득하다.

자신들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간섭은 멈추지 않고 남편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한다. 배우자의 불만을 들어주고 나름 맞춰 줘도 배우자의 욕심 또한 끝이 없음을 안다. 그래서 결론은, 부부 화합을 위해서는 종전이 목표가 아닌 ‘휴전을 전제로 한 협상’을 해야 하는 것이다.

 

- 어제는 어젯밤에 끝났다. 오늘은 새로운 시작이다. 잊는 기술을 배워라.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라. / 노만 V. 필

 

* 남편들 화(anger)의 9할은 자신과 관련 있는 반면, 아내들 화의 9할은 가정문제 때문입니다. 배우자가 화를 내는 진정한 이유를 깨닫지 못한다면 부부싸움은 결별 직전까지 되풀이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산부인과 전문의 및 성칼럼니스트 박평식였습니다.

 

* 왜 사랑하고 헤어질까? - 남녀가 꼭 알아야 할 99가지 (박평식 저)

  

 

<출산 후 질성형 - 섹스리스와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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