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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윈도(show window) 부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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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뉴스와이어) 꽃무늬가 그려진 예쁜 정장을 입은 30대 후반의 여성이 본 성클리닉에 왔다. 지적이면서도 활동적인 여성으로 보였다. 자기부부는 성생활뿐만 아니라 부부관계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제는 가정에서 대화가 끊긴지도 몇 년 되었단다. 그런데 평상시 자신을 무시하던 남편이 밖에서 모이는 부부동반에서는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다고 한다. 주위에서도 잉꼬부부로 알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상담을 위해 방문했다. 이쁜이수술이라도 받아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예전엔 남편이 참 따뜻했다는 말도 빠트리지 않았다. 이 여성은 지금 남편과의 관계 복원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우리는 마음에 드는 배우자가 나타나면 다른 이성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어느 날은 사랑의 편지를 쓰기도 한다. 그런데 마냥 행복할 것 같아 설레는 마음으로 결혼을 하지만, 막상 결혼생활은 밋밋하거나 별 재미가 없을 때가 많다. 그 가운데 쇼윈도(show window)부부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쇼윈도부부는 같은 일을 하고 있거나 대중에 자주 노출되는 스타부부에게서 종종 볼 수 있다. 쇼윈도부부란 실제론 부부사이가 안 좋은데도 사회적 위치나 생활에 대한 미련 때문에 지인 앞에서는 서로 친절해 보이는 부부를 뜻한다. 이런 부부에게 공통적으로 내재해 있는 문제점은 서로에게 마음의 문이 닫혀 있어 원만한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쇼윈도 부부들은 마치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듯 공개된 곳에서는 행복한 부부처럼 보이고 싶어 한다. 누가 그들 부부를 감시하고 있지 않는 데도 말이다. 참 엉뚱한 발상이다.

이러한 쇼윈도부부의 출현은 요즘 세태와 무관하지 않다. 벌써 10년 전의 영화인 ‘트루먼 쇼’나 요즘 리얼리티 쇼(Reality show) 형식의 ‘무한도전’ 같은 몇몇 TV 프로그램의 흥행을 보더라도 대중은 개인의 일상생활에 관심이 많다. 이렇듯 사생활 노출이 요즘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적은 없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정보의 독점과 일상적 감시를 통해 사람들을 통제하는 감시 권력"을 뜻하는 빅브라더(Big Brother)란 말이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재 영국에서 범죄 예방 차원의 의미로 쓰이듯, 대중을 떠나선 개인이 존재할 수 없고 개인의 생활도 사회의 일부임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바로 쇼윈도부부는 오늘도 보여주기 위한 왜곡된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한때는 다정했던 사이에서 지금처럼 서먹한 관계로 된 데에는 두 사람 모두의 책임이다. 갈등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해야 하는데 쇼윈도부부는 위기가 닥쳤을 때 서로를 포기해 버림으로서 갈등을 묻어버린다. 서로가 자존심이 세거나 지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이다. 결국 불만은 쌓이고 폐해는 고스란히 부부들에게 돌아간다. 배우자의 감정까지 지배하고 굴복시키려 하니 앙금이 남을 수밖에 없다.

불만이 없는 가정이 어디 있겠는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기에 부부다툼은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싸움 후에는 잘 풀어야 하는데 쇼윈도 부부들은 훌훌 털어버리질 못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옛날 일을 끄집어내거나 그동안 참아왔던 오만가지 불만을 한꺼번에 쏟아 붓기도 한다. 이러면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감정이 상하여 스트레스가 더 쌓이게 된다.

지금의 아내, 남편은 누구나 그렇듯이 그 부모에겐 소중한 존재이다. 결혼하기 전까지 공주처럼, 왕자처럼 사랑받고 그렇게 대우받으면서 자란 존재이다. 옆에 있는 배우자는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었던가? 무시해야 할 상대가 아니다. 결혼생활은 별게 아니다. 두 사람이 만나서 한 이불 속에서 지지고 볶으면서 사는 것이다. 어찌 좋은 일만 있겠는가? 또한, 쇼윈도부부에게 성생활도 좋을 리 없다. 성에 대한 욕구를 자위행위로 해결하거나 죄책감도 없이 외도에 빠지기도 한다.

서로에게 방패가 되어야 할 부부가 어찌하여 서로를 겨냥한 창이 되었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결혼은 누구나 멋진 사랑을 꿈꾸며 시작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안다. 어디서부터 어긋났을까? 사회는 어울림의 집단이다. 가정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사랑하는 남녀를 아울러서 가정이 됐다. 그러므로 가정안에서도 몇 가지 규칙이 있어야 한다.

첫 번째, 배우자를 소유하려 하지 마라.
원하는 옛날 모습만으로 되돌리려고 고집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세상이 변하듯 배우자도 변한다. 자신만이 옳다고 착각하여 부부싸움 때 서로 이기려한다면 해결책은 없다. 바람직한 부부관계는 머리로 계산하지 않고 가슴으로 대하는 것이다.

두 번째, 상대를 자극하지 마라.
거울을 통해서 자신을 볼 수 있듯이, 나에 대한 상대의 말이나 행동은 나로 인함이다. 상대의 잘못이나 그릇된 행동, 못마땅한 결과에 대해 본인도 일조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부부싸움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한 쪽만 잘못이 있어 헤어지거나 파탄이 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남과 비교하지 말자.

세 번째, 먼저 도움을 주라.
부부사이 대화의 부재를 어떻게 해결하며 해결의 실마리는 무엇인가? 장작이 타들어가야 환한 불빛을 내듯이 먼저 주는 사랑이 뒷받침되어야 행복한 가정의 선결 조건이 된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는 서로 존중해줘야 한다. 당신 앞에 있는 배우자는 남들처럼 쉽게 상처 받는 평범한 인간이다. 상대가 힘들어 할 때 먼저 손을 내밀라.

네 번째, 신뢰받을 수 있도록 행동하라.
서로에 대한 믿음은 관계 계선의 첫걸음이다. 남편은 여전히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 하며 앞으로도 아내를 지켜주겠다는 믿음을 줘야한다. 아내는 남편의 도전성이 꺾어지지 않도록 배려하고 영원히 당신편이라고 말해줘야 한다. 부부가 가정을 위해 메고 가야 할 짐은 사회나 물질이 아닌 배우자의 사랑이다. 침묵의 가정을 원하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말하라.

다섯 번째,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
남편은 사회생활이나 성공에만 집착하지 말자. 피라미드 위쪽에 올라선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가정을 등한시한 채 성공만 바라는 것은 이기적인 생각이다. 아내는 남편이 집에 들어오면 쉴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자. 편안한 휴식을 취한 남편은 가정을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함을 잊지 말자.

여섯 번째, 힘들 때는 옛 기억을 더듬어라.
예전의 좋았던 부부관계, 즐거웠던 기억도 소중하다. 예전엔 소중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할 수만 있다면 지금의 실망은 잠시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당신에게 헌신하고 노력했던 배우자의 예전의 모습을 기억한다면 지금 배우자에게 감추어진 장점을 보라. 좁은 단점만을 캐어 말하지 말고 보이지 않은 많은 장점을 찾아보라. 그렇다면 배우자가 마냥 싫지만은 않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사람은 없듯이, 첫 사랑 마음 그대로인 부부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에 대해 미련이 없는 부부는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당신의 배우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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